애니콜 신화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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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산업이 총체적인 난관에 부딪혔다. 세계적으로 출하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성장률은 눈에 띄게 둔화하는 추세다. 특히 고가 휴대전화에 치중해왔던 우리나라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의 타격이 크다. 업계 1, 2위인 노키아와 모토롤라가 일찌감치 저가 시장을 공략해 입지를 굳히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뒤로 처지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런 위기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구조적이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올해 1분기 휴대전화 판매 대수는 세계적으로 2억2900만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9%나 늘어난 규모다. 점유율은 노키아가 32.8%, 모토롤라가 20.1%, 그 뒤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12.7%와 6.8%씩 차지했다. 노키아와 모토롤라가 지난 1년 동안 1.6%와 3.5%씩 점유율을 늘린 반면, 삼성전자는 오히려 1.6% 줄어들었고 LG전자는 0.4%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삼성전자의 1분기 출하량 성장률은 5위권 업체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럽 시장에 치중한 반면 노키아의 경우 아시아, 중동, 남미 등 개발도상국 출하량 비중이 61.7%에 이른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주력 시장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는 중국이나 인도 시장에서 큰 재미를 못 본 데다 그동안 주력해왔던 고가 휴대전화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영업이익률 10% 수준을 유지했지만 LG전자는 매출액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전자의 고민은 세계적으로 휴대전화의 평균 단가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가 제품의 판매가 둔화되고 저가 제품 판매가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철저하게 고가 제품에 주력해왔던 삼성전자는 수익성이 크게 둔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004년 매출액 기준으로 모토롤라를 잠깐 추월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다시 역전 당한 데 이어 올해는 더욱 뒤쳐질 전망이다.

시장 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적으로 휴대전화 서비스 가입자는 21억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보급률은 33%, 2004년보다 2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선진국은 76%가 넘는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20%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인도는 5% 수준, 아프리카도 10% 미만이다. 중국이 30%, 중동과 남미는 40% 수준이다. 그만큼 개발도상국의 저가 시장 성장잠재력이 훨씬 크다는 이야기다.

노키아나 모토롤라에 저가 휴대전화를 납품하는 대만의 휴대전화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100%에 이른다는 소문도 흘려듣기 어려운 대목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나 저가 시장을 공략할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LG전자가 '초콜릿폰'에 승부를 걸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딱히 히트 상품도 내놓지 못했다. 계속 프리미엄 전략을 고집할 것인지 저가 시장에 진출할 것인지를 결정해야할 시점이다.

한국투자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최근 '휴대전화 산업 배워야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이라는 제목의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노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세계적으로 저가 휴대전화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데 노키아와 모토롤라가 점유율을 늘리는 반면 우리나라 업체들은 전혀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휴대전화 산업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중단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노 연구원은 "LG전자가 1분기에는 미국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켰지만 2분기에는 모토롤라에 자리를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삼성의 디자인 차별화 전략은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이 아니었다"며 "노키아나 모토롤라 등이 고가 제품을 출시하면서 삼성전자의 차별화 요소가 희석됐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모델 수를 늘려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전략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서울디지털포럼에 참석한 시장 분석 전문업체 아이서플라이의 데릭 리도우 회장도 뼈아픈 지적을 했다. 그는 "한국이 LCD TV를 비롯해 휴대전화 등 주요 정보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 기업들은 디자인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모토롤라가 지난해 '레이저'를 출시하면서 디자인에서 세계 최고라던 삼성전자의 자부심을 꺾은 것을 거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휴대전화 업체들의 구조적인 한계는 핵심 칩을 퀄컴이나 필립스 등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 칩의 원가 비중은 고가 휴대전화의 경우 15%, 저가 휴대전화의 경우 20%를 웃도는 수준이다. 노키아나 모토롤라가 모두 자체 생산한 칩을 쓰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당연히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잦은 단종에 따른 개발비 부담과 낮은 생산성 역시 우리나라 휴대전화 업체들의 고질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대우증권 김운호 연구원은 뼈아픈 충고를 던졌다. "보다 싸게 만들 수 있는 설계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저가 시장에 진입해야 하지만 단순히 싸게 파는 걸로는 도움이 안 되고 이익을 확보한 수준에서 싸게 팔아야 경쟁력이 있다. 그래서 제품 설계가 중요한 것이다. 단순히 많이 만든 것 가운데 어느 하나가 히트하기를 바라지 말고 소비자가 구매할만한 제품, 히트할 만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애플 '아이팟폰', 잘 될까.

가뜩이나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에 접어든 마당에 애플의 등장은 분명히 큰 뉴스거리다. 점유율 75%, 세계 1위의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와 휴대전화의 만남인 까닭이다. 애플이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개발하는 휴대폰은 우선 아이팟과 마찬가지로 PC와 연결해 음악 파일을 옮겨 담을 수 있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온라인 음악 판매 사이트인 아이튠즈와 연결해 파일을 휴대전화에 바로 내려 받도록 하는 시스템도 개발할 계획이다.

애플은 '모바일미'라는 상표를 등록하고 'iphone.org'라는 도메인을 등록하는 등 아이팟폰 개발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애플이 휴대전화 생산에 그치지 않고 아이튠즈 서비스를 무선 콘텐츠 시장으로 끌고 들어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아이튠즈는 10억곡 이상의 음원을 판매한 세계 최대의 온라인 음악 판매 사이트다. 가뜩이나 최근 휴대전화와 MP3 플레이어의 경계가 사라지는 추세라 업계가 긴장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떠들썩한 기대와 달리 애플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미 지난해 9월 모토롤라에서 아이튠즈가 내장된 휴대전화를 출시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음악 파일이 100개 밖에 저장되지 않았던 데다 파일 전송 속도도 느렸고 무엇보다도 아이팟의 산뜻한 디자인을 기대했던 아이팟 애호가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모토롤라에서 나온 아이팟폰의 디자인은 지극히 평범했다.

물론 이번에 애플에서 직접 출시하는 아이팟폰은 아이팟의 기능을 그대로 살리고 애플의 디자인 감각도 충분히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 업체인 스트래티직어낼리스틱에 따르면 올해 MP3 플레이어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가 9400만대 가량 나갈 전망이다. 2010년이면 전체 휴대전화의 75%인 7억9600만대가 MP3 플레이어 기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공 가능성을 따로 놓고 본다면 애플의 도전은 분명히 시의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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