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범벅 돼지고기, 드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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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을 먹을 때는 먼저 수입 돼지고기인가 의심해보는 게 좋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정육점에서는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돼 있지만 일반 음식점에서는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된다. 현재로서는 수입 돼지고기를 국산이라고 속여 팔아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수입된 돼지고기는 총 4547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수입된 1461톤에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입 물량 2465톤을 넘어선 수준이다. 문제는 이 수입 돼지고기를 얼마나 믿고 먹을 수 있느냐다. 수의과학검역원이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오스트리아산 돼지고기에서는 기준치를 9배나 초과하는 설파메타진이 검출됐다.

뿐만 아니다. 삼겹살 등 미국산 냉동 돈육에서는 기준치의 3배가 넘는 크르테트라싸이클린이 검출됐다. 설파메타진은 합성항균제, 크레테트라싸이클린은 항생제다. 이밖에도 내장, 머리고기 등 순대용으로 사용되는 프랑스산 돼지 부산물에서는 항생제의 일종인 설파디멕토신 등이 기준치보다 5배나 많게 검출됐고 스페인산 돼지고기에서는 기준치를 21배나 넘는 엔로플록사신 등이 나왔다. 역시 합성항균제다.

홍 의원은 "보통 유해성분이 검출되면 이들 제품에 대해 수입금지와 함께 반송과 폐기토록 하고,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도 전량 수거해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잠정적으로 유통·판매를 금지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항생제나 항균제 과다 검출로 회수 조치를 한적은 한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수의과학검역원은 그동안 문제가 된 고기만 반송 및 소각처리 후 현재까지 계속 같은 돼지고기를 들여와 소비자들이 이를 계속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안타깝게도 국산 돼지고기의 경우도 항생제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참여연대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국내 축산업의 항생제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돼지 사육의 경우는 무려 87만1741kg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닭은 35만975kg, 소는 10만9500kg으로 나타났다. 용도별로는 배합사료제조용이 51~56%로 가장 많고 자가치료용도 38~43%나 됐다. 참여연대는 "배합사료나 자가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선진국의 추세에 비추어 항생제 오남용의 가능성이 폭넓게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의과학검역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의 동물용 항생제 사용량은 연간 1500만톤에 이른다. 낙농축산품 생산량이 우리나라의 1.2배인 덴마크의 16배에 이른다. 축산물 생산량이 2배에 이르는 일본에 비해서도 1.5배나 높고 축산물 생산량이 무려 24배나 많은 미국도 항생제 사용량은 우리나라보다 3.8배 정도 많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있다.

당신이 평균적인 식사 취향을 가졌다면 1년에 평균 17.9kg의 돼지고기를 먹을 것이다. 200g을 1인분으로 치면 거의 90인분 분량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30% 이상 더 먹는 셈이다. 반면 소고기나 닭고기 소비는 오히려 더 줄어들거나 제자리다. 5년 전과 비교하면 1인당 소고기 소비량은 8.5㎏에서 6.8㎏으로, 닭고기는 31.9㎏에서 31.3㎏으로 줄어들었다. 광우병 파동에 조류 독감이 겹치면서 돼지고기 수요가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 돼지 사육두수는 올해 6월 기준으로 879만마리, 지난해보다 23만마리나 줄었다. 앞의 통계를 놓고 얼추 계산해보면 돼지 한 마리당 33g의 항생제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돼지고기만 놓고 봐도 한 사람 앞에 연간 평균 5.9g의 항생제를 간접 섭취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밖에 소와 닭, 그밖에 직접 섭취하는 항생제를 모두 감안하면 그야말로 항생제를 들이붓다시피 섭취하고 있는 셈이다.

항생제나 항균제는 가축의 질병을 예방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지만 병원균의 내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가축에게도 물론 좋지 않겠지만 항생제가 들어있는 고기를 오랫동안 먹게 되면 나중에는 내성 때문에 사람도 약이 잘 듣지 않게 된다. 제대로 쓰지 않으면 더 강한 병원균을 만들어 사회적으로 병을 더 키우는 수도 있다. 치명적인 질병이 확산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올 여름 최근 중국 쓰촨성에서 39명의 사상자를 낸 돼지 괴질 또한 항생제 남용이 가져온 초강력 세균의 공격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의 90% 이상이 페리실린과 같은 1차 항생제에 듣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학 전문가들은 아시아 지역의 무분별한 항생제 남용이 돼지 연쇄상구균 등의 감염을 퇴치하려는 노력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고 지적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테트라싸이클린계 항생제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그 다음으로는 설파제, 페니실린계 순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테트라사이클린계, 특히 옥시테트라싸이클린 항생제는 임산부나 소아에게 과다 투입할 경우 치아와 뼈가 황갈색으로 변하고 태아의 골격 발육을 지연시켜 기형아가 태아날 가능성이 있다. 임신 4개월이 지난 임산부 및 소아에게는 투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페니실린계 항생제의 경우는 인체 치료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임상환자 뿐만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있어서도 90% 이상의 내성률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축수산업에서의 페니실린 사용 역시 강력히 규제돼야 한다.

축산물가공처리법은 합성항균제나 항생제가 기준치 이상 들어있는 소·돼지고기를 유통·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는 상태다. 전체 수입 물량 가운데 검역을 거치는 것은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항생제가 기준치 이상 나와 제재조치를 받은 축산물은 모두 290건으로 2002년 145건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실제로는 항생제 범벅이 된 축산물이 훨씬 더 많이 유통되고 실제로 먹고 있다는 이야기다.

농림부는 지난해 12월 배합사료 사용 기준을 변경하면서 배합사료에 들어가는 항생제 수를 53종에서 25종으로 줄였으나 거의 쓰지 않는 항생제가 대부분이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참여연대는 "인체 치료용으로 사용되고 있거나 앞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항생제가 가축 사료로 쓰이는 걸 금지하고 사료 제조과정에서 항생제 남용을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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