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진입, 10년 안에 부동산 시장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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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천정부지로 집값이 마냥 뛰고 있지만 이런 추세가 과연 얼마나 이어질까. 장기적인 안목으로 부동산 전망을 이야기하려면 무엇보다도 인구 고령화 추이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지금은 집이 부족하다고 난리들이지만, 이제 곧 집을 살 수 있는 사람 자체가 급격히 줄어드는 시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는 4871만2022명. 이 가운데 65살 이상 인구가 481만1631명으로 전체 인구의 9.88%에 이른다. 2050년이 되면 65살 이상 노인 인구가 2165만명으로 늘어난다. 전체 인구에서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44.91%까지 늘어난다. 현재 10명의 청장년층이 1.4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면 이 무렵에 이르러서는 6.6명의 청장년 인구가 6.3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이미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보통 65살 이상 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데 이어 2019년이면 고령사회에 접어들게 된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19년밖에 걸리지 않는 셈이다. 일본이 24년 걸린 것을 비롯해 프랑스와 미국, 독일 등이 각각 115년, 71년, 40년 걸린 것에 견주면 가히 그 속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인구증가율의 둔화도 심각하다. 1960년대만 해도 2%를 넘어섰던 인구증가율은 80년대 들어 1%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0년이면 0.4%까지, 2020년이면 0.01%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계청의 장기 인구 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2020년에 4996만명에 이르렀다가 그뒤로는 계속 줄어들게 된다.

주택 수요는 아직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이미 그 증가 추세는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올해까지 해마다 30만가구의 주택 수요가 발생했지만, 2010년까지는 24만가구, 2010년대에는 16만가구로 그 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반해 정부는 국토종합계획안에 따라 2020년까지 해마다 38만가구 이상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통계만 놓고 본다면 일단 수요와 공급에 별다른 무리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건설산업연구원의 권오현 연구원은 인구구조 못지않게 가구구조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연평균 가구수 증가 폭은 올해 23만6천가구에서 2015년께 14만1천가구까지 4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가율 못지않게 중요한 변화는 가구 구성원수의 감소에서 나타난다. 2015년이면 2인 가구가 24.0%로 3인 가구 20.2%보다 많아진다. 1인 가구 비중도 19.9%까지 늘어난다. 2000년 34.6%였던 2인 이하 가구 비중이 2015년에는 43.9%까지 늘어난다는 얘기다.

권 연구원은 "노인 단독가구 등의 비율을 감안하면 증가된 가구의 54% 정도가 독립해서 집을 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추산해 보면 전국 주택 수요 증가율은 올해부터 2010년까지는 연평균 -1.4%에서 2010~2015년까지는 연평균 -9.2%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특히 수도권이 전국 주택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2.6%에서 2015년이면 40.4%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정말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은 바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자산시장의 변화다.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이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의 구매력이 어떻게 바뀌느냐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윤여필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집값은 5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의 첫 주자들이 30대 중반의 나이에 이른 86년 무렵부터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베이비 붐 세대의 마지막 주자인 60년대 중반 출생자들이 본격적으로 수요자 대열에 나선 2000년 전후까지 그 흐름은 이어졌다. 80년대의 평균 주택 구입 연령이 36살, 2000년의 경우엔 41살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런 분석은 얼추 맞아떨어진다.

문제는 이들 베이비 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퇴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타난다. 만약 부동산과 관련한 빚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퇴직한다면 이들은 노후 준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2000년대 들어 부동산 관련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저축률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도 걱정스럽다. 이런 위기는 금융자산의 추이를 살펴보면 더 잘 드러난다.

65살 이상 인구의 1인당 평균 금융자산은 지난해 3894만원에서 2010년이면 2641만원으로, 2015년에는 2098만원까지 계속 떨어질 전망이다. 윤 연구위원은 "만약 국민연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부동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윤 연구위원은 "역모기지론 등을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대량의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2015년 이후에는 부동산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뜩이나 주택 수요가 줄어들면서 집값의 상승탄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베이비 붐 이후 세대들은 부동산보다 상대적으로 주식에 관심이 많다는 것도 중요한 변화 요인으로 꼽힌다. 갈수록 부동산투자 수요가 줄어들수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가계의 실물자산 비중이 너무 높다는 사실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우리나라의 실물자산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것과 달리,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그 비중은 각각 39.1%와 55.4%밖에 안 된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는 부동산투자가 줄어들고 금융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대목이다.

장성수 실장도 "저금리 시대의 대안으로 부동산 투자를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저금리의 손실을 보전할 만큼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 장 실장은 “부동산 투자수익은 사회적 잉여가 늘어나고 이 잉여에 따라 부동산가격이 상승할 때만 성립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토지나 사업용 건물, 주택 등 어디에서도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건설산업연구원의 권오현 연구원은 "집값이 뛰어오를 때는 자본이득 규모가 큰 대형 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앞으로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수요가 둔화되고 가격이 안정화되면 소형 주택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연구원은 "수요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4~5년은 수요가 정체되거나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정책 영향으로 당분간 자본이득을 기대한 투기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산업화 이래 우리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부동산 불패신화가 허물어지는 순간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수도 있음을 짐작케 해준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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