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포드를 선물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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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피스리 플레이어를 가진 사람들은 음악의 소유를 넘어 음악을 공유할 수 있다. 음악은 오디오와 컴퓨터를 벗어나 일상의 영역까지 젖어든다.

온 세상을 통털어 가장 비싸고 가장 훌륭한 엠피스리 플레이어를 선물로 받았다. 애플 컴퓨터에서 만든 아이포드는 엠피스리 플레이어라기보다 차라리 예술품에 가깝다.

은은한 보라빛의 크고 시원한 화면과 손끝으로 가볍게 툭툭 건드리는 것만으로 움직이는 터치 버튼,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메뉴 구성, 완벽한 디자인과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음질. 게다가 저장용량이 무려 10기가바이트(= 10만메가바이트). 4000개가 넘는 음악 파일을 한꺼번에 집어넣을 수 있다. 손바닥에 놓으면 그럴듯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음악을 듣는 출퇴근 길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다만 전철 안에서 꺼내서 듣고 있으면 옆사람이 사팔뜨기가 되거나 목뼈를 삐끗할 위험이 있으니 왠만하면 찾고 싶은 음악만 찾고 얼른 호주머니나 가방에 집어넣는게 좋다. 아이포드는 그만큼 매력적이다.

200여곡에 이르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하의 칸타타 모음을 마음먹은대로 골라 들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커다란 즐거움이다. 칸타타 뿐만 아니다. 마태 수난곡이나 부란덴부르크 협주곡, 골드베르크 변주곡, 마니피카트, 미사, 오라토리오, 무반주 첼로 모음곡, 토카타와 푸가, 프랑스 모음곡, 인벤션, 평균율 클라비어까지.

왜 클래식을, 그것도 바하를 듣느냐고 물어도 딱히 대답할 말은 없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바하는 음악을 작곡했다기 보다 발견한 것이 틀림없다. 완벽한 수학적 균형과 엄격하면서도 틀에 얽메이지 않는 변주.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만물의 생성과 변화를 주관하는 조물주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요즘은 팻 매쓰니와 로리나 맥케닛, 키스 자렛 같은 음악도 즐겨 듣는다. 사실 길을 걸으면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정말 답답해 보인다. 바깥 세계를 거부하고 스스로 안에 갇힌 사람들처럼. 그러나 놀랍게도 어떤 음악은 어떤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길 위에서 듣는 음악은 늘 걷는 똑같은 거리에 새로운 빛깔을 입혀준다. 그리고 문득 축복처럼 새로운 영감을 불러 일으킨다. 나는 끊임 없이 새롭게 발견하고 새롭게 깨어난다. 스스로 안에 갇힐지언정 음악의 매력은 정말 치명적이다.

최신 모델은 터치 버튼이 따로 위로 올라와 있고 버튼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맥킨토시 뿐만 아니라 윈도우 피시에도 바로 연결해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파일을 옮겨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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