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신드롬, 그 추악한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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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에서 발간하는 월간 참여사회 4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참여연대의 양해를 얻어 게재합니다. 작은 제목은 "이명박 정부의 8가지 거짓말… 보수 기득권 세력의 이익 극대화가 핵심"입니다. 작성 시점이 3월 중순이지만 큰 변화는 없습니다. 전체 맥락을 읽는데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 모든 규제 완화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새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고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고 법인세와 소득세, 종합부동산세와 부동산 양도세 등을 인하할 계획이다. 유류세를 이미 인하했고 추가 인하할 계획이다. 대대적인 공기업 민영화를 계획하고 있고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의료 산업화를 밀어붙일 추세다.


첫 번째 거짓말, 출총제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못한다.

먼저 출총제는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한 제도였지만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이미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집단 소속의 기업의 경우 순자산의 40%를 초과해 출자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이 한도를 모두 소진해 출자 여력이 없는 기업은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타이어 등 2개 뿐이다.

출총제 때문에 기업 투자가 줄어든다는 정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주장은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과장이다. 그런데도 출총제 폐지에 목을 매는 것은 장기적으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폐지하고 순환출자나 부당 내부거래 등 모든 재벌 관련 규제를 폐지하려는 의도에서일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거짓말, 금산분리 때문에 국내 은행 외국 자본에 다 넘어간다.

출총제 폐지는 기업 투자와 거의 아무런 관련이 없다. 기업 A가 기업 B에 투자하고 기업 B가 기업 C에 투자하고 다시 기업 C가 기업 A에 투자하는 구조를 만들면 기업 A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기업 A와 B와 C를 모두 소유할 수 있다. 이런 순환출자가 바로 우리나라의 재벌 시스템의 근간이고 이를 가장 위협하는 것이 바로 출총제와 금산분리 원칙이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지배하면 특정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자금을 빼돌려 금융기관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만든 원칙이다. 세계적으로도 대부분 나라들이 예탁자 보호를 위해 금산분리 원칙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100대 은행 가운데 산업자본이 지배하는 은행은 4개 밖에 안 된다.

문제는 이 원칙 때문에 삼성그룹의 경우 당장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데 있다. 삼성은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들의 운용 자산을 동원해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고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해 왔다. 이 순환출자의 고리가 한 군데라도 끊기면 이 회장 일가의 지배력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금융산업법에 따라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의 지분은 2012년까지 매각해야 하거나 의결권이 제한된다. 문제의 핵심은 이 회장 일가가 보유 지분 이상으로 지배력을 행사해 왔다는데 있다. 금산분리를 폐지 또는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결국 이들에게 계속 이런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이다.

정부와 전경련 등은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우리나라 자본이 역차별을 당하고 외환은행 등이 외국계 자본에 넘어갔다고 주장하지만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펀드는 은행을 소유할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다. 외환은행 매각은 명백히 불법 사례였다. 핵심은 은행을 소유할 자격이 없는 비금융주력자에게 은행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 거짓말,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이 너무 크다.

새 정부의 이른 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여러 정책 가운데 핵심은 감세를 통한 투자 활성화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것이 법인세 인하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 4.1%로 미국(3.1%)이나 프랑스(2.8%), 영국(3.4%)보다 높다는 사실을 근거로 든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0개 회원국 평균은 3.7%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은 교묘한 통계 왜곡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1억원 이하는 13%, 1억원 이상은 25%다. 미국은 35%, 프랑스는 33.3%, 일본과 영국, 독일은 30%다. OECD 평균은 26.7%다. 법인세율 자체는 오히려 낮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부는 법인세율을 비교하지 않고 GDP 대비 비중을 비교하면서 법인세 부담을 과장한다.

김우철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 3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이는 법인세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랐기 때문으로 정작 영업이익 대비 법인세 비율이나 국세청 신고소득 대비 법인세 비율 등은 2000년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개별 기업의 법인세 부담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전체 법인 수 자체가 늘어난데다 법인의 소득 규모가 커진 덕분이다. 실제로 1998년 이전 납부세액 기준 상위 100개 기업이 전체 법인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그쳤는데 2002년에는 64%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법인세 인하의 혜택이 대부분 대기업에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법인세 인하가 과연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가능하다. 윤종훈 공인회계사는 “법인세수를 20% 줄이고 같은 금액에 대해 복지혜택을 축소시킬 경우 성장률을 0.066%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하고 “과연 이 정도의 효과를 기대하고 법인세를 내려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네 번째 거짓말, 직접세 줄이고 간접세 늘리자는 궤변.

누진 적용되는 직접세와 달리 간접세는 오히려 소득 재분배를 후퇴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고 가뜩이나 물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계층은 그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상식인데 새 정부는 전혀 반대되는 주장을 한다.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과세표준은 연간 소득 1200만원 이하는 8%, 1200만원 초과 4600만 원 이하는 17%, 46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는 26%, 8800만원 초과는 35%씩이다. 새 정부와 보수·경제지들은 물가 상승률에 맞춰 과표 구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표 구간을 조정해서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35% 세율을 적용 받는 상위 0.9% 가운데 일부다. 중산층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극소수의 상위 소득 계층의 부담을 줄여주는데 그칠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간접세 비중을 늘려 저소득 계층에게 그 부담을 전가시킬 우려도 있다.

소득세가 전체 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6%로 일본(17.8%)이나 독일(22.8%), 미국(34.7%), OECD 평균(24.6%) 보다 훨씬 낮다. 전체 조세 대비 간접세 비중은 44.8%로 OECD 평균 39%보다 훨씬 높다. 일본은 41.6%, 미국은 6.7%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세를 줄이고 간접세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상식 이하다.

다섯 번째 거짓말,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이다.

종합부동산세를 둘러싼 논의는 다분히 감정적이다. 애초에 없던 세금이 갑자기 생겨난 것이라 반발이 크기도 하지만 보수·경제지들은 이를 부자들에 대한 징벌적 세금으로 몰아갔다. 투기가 아닌데도 단순히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 만으로 수백만원의 세금을 내는 것이 옳으냐는 등의 논리가 대표적이다.

먼저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결코 높지 않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0.3%에서 최고 4.0%에 이른다. 평균은 1.54%다. 영국도 지역마다 최대 3.1배의 차이가 나긴 하지만 평균 세율은 1.0~1.2%. 일본은 시가의 70%를 과표 기준으로 잡고 1.4%를 보유세로 받는다. 우리나라는 0.5% 수준이다.

게다가 전체 가구 1777만 가구 가운데 종부세 부과 대상 가구는 중복 포함 37만9천가구에 지나지 않는다. 비율로는 2.13% 밖에 안 된다. 세금 폭탄이라는 감정적인 반발과 달리 종부세 부과 대상 가구 가운데 37.4%가 100만원 이하를 납부하고 68.7%가 300만원 이하를 납부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종부세 부과 대상 가구 가운데 1주택 가구는 14만7천가구, 28.4%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 2주택 이상 보유 가구다. 모두 23만2천가구로 세액으로는 이들이 전체 종부세의 71.6%를 낸다. 결국 절대 다수의 1주택 가구는 종부세와 무관하다는 이야기다.

여섯 번째, 양도세 때문에 거래가 안 돼 집값이 안 내린다.

부동산 양도세를 인하하자는 주장 역시 왜곡과 궤변 덩어리다. 정부는 양도세 부담 때문에 주택 거래가 잘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세금 부담을 덜어주면 매매가 늘어나 자연스럽게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이야기다. 새 정부는 현행 최대 45%인 장기 특별보유 공제율을 80~90%까지 높여 사실상 양도세 부담을 없애주겠다는 계획이다.

양도세 부담 때문에 거래가 안 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억지다. 5년 전 3억원에 산 아파트를 15억원에 내다 팔 경우 양도차익은 12억원, 이 경우 세율 36%를 적용하면 최종 양도세는 9414만원이 된다. 그런데 특별보유 공제율을 90%까지 높이면 1229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세금이 7분의 1 이하로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상식적으로 12억원 이익에 9414만원 세금이 부담돼서 집을 팔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말이 되는가. 보수·경제지들은 장기 보유자 뿐만 아니라 단기 보유자에 대해서도 그리고 1가구 1주택 보유자 뿐만 아니라 2주택이나 3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도 양도세를 인하해줄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부분은 양도세 인하의 혜택이 6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에만 해당된다는 사실이다. 6억원 이하의 주택은 이미 현행 제도에서도 3년 보유 또는 2년 이상 거주할 경우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종부세와 마찬가지로 양도세를 인하하자는 주장도 결국 상위 2.13%를 위한 주장이다.

일곱 번째 거짓말, 유류세 깎아 서민 부담 줄인다.

유류세 인하는 새 정부 우파 포퓰리즘의 첫 번째 실패 사례다. 유류세는 환경 오염에 대한 부담금의 성격을 띤다. 유가가 오르면 소비를 줄이는 게 맞고 저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부담을 줄여 주는 게 큰 방향에서 맞다. 그런데 새 정부는 국제 유가 급등을 이유로 유류세 인하를 단행했다.

그리고 익히 예견됐듯이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유류세 인하 2주 만에 소비자 가격이 다시 뛰기 시작했고 인하한 유류세는 고스란히 정유회사들과 주유소의 몫이 됐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이미 과거에도 전례가 있었다. 1999년 5월에도 유류세를 51원 낮췄는데 휘발유 가격은 9원 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새 정부는 정유회사들 폭리 구조를 문제 삼지 않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서민 부담을 줄인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생계용 차량에 대한 유류세 환급이나 대중 교통 확대 등 근본적인 대안을 고민하지 않았다. 줄어든 세수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없다. 결국 고스란히 국민들 부담으로 돌아 올 가능성이 크다.

여덟 번째 거짓말, 의료 산업화로 서비스 질 높인다.

의료 산업화는 공공부문 붕괴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당연지정제란 모든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만약 건강보험을 받지 않는 병원이 생겨나면 의료 서비스의 질적 차이가 확산되기 시작하고 미국처럼 의료 양극화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노무현 정부는 일찌감치 2005년 경제자유구역에 국민건강보험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 병원 설립을 허가한 바 있다. 2010년 인천 경제특구 송도지구에는 NYP(뉴욕장로교병원)이, 2012년에는 부산진해 경제특구에 하버드의대병원이 2012년 들어설 계획이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많은 병원들이 영리 병원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야 비용을 더 치르더라도 더 좋은 치료를 받고 싶겠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의료 양극화를 불러오게 된다. 건강보험에서 이탈하려는 고소득 계층이 늘어날수록 건강보험 재정은 파탄날 것이고 혜택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민영 의료보험 시장이 활성화되겠지만 저소득 계층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와 영리법인 병원 설립 허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민영 의료보험 활성화는 삼성생명을 비롯해 보험회사들의 최대 숙원 과제였다. 영리 병원 설립은 거대 자본의 의료 시장 진출을 더욱 활성화시킬 전망이다. 새 정부는 외국 의료기관 유치 등을 통해 시장 친화적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은 바 있다.

결론, 누구를 위한 규제 완화인가.

결국 이 모든 규제 완화 신드롬의 작동 원리는 동일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사실은 보수 기득권 세력의 이익 극대화가 핵심이다. 세금을 털고 공공부문을 희생하는 대가로 상위 5%에 혜택을 몰아주는 거대한 음모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삼성 특검 역시 이런 맥락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아직 가시화하지는 않았지만 공기업 민영화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싱가포르의 사례를 본 떠 한국판 테마섹을 만들 계획이지만 그 실효성은 매우 의심스럽다. 정부가 제 역할을 포기하고 마지막 남은 공공부문을 한꺼번에 민영화하고 나면 국민들의 삶은 더욱 황폐화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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