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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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서 시장이 되자.  

서울 NGO ①
"지역으로 돌아가 시장이 되자"
과격한 운동방식 지양하고 지역운동으로 방향 선회

시민단체들이 지역으로 돌아오고 있다. 시민단체는 개인이 자신의 의사를 사회에 반영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하나의 '정치세력'으로까지 대두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2천5백여개, 서울에만 해도 1천여개의 NGO(비정부기관)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이번 호부터 시민의 참여 활성화와 시민운동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고정기획을 연재한다.

자치단체들이 NGO의 눈치를 보고 있다.
최근들어 시민단체들의 위상이 더욱 격상된 데다가 이들이 행정모니터링이나 의정감시를 통해 집행부와 의회를 면밀히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성에 젖어 의회와 야합하는 양상을 보여왔던 일부 자치단체들에게는 이들이 눈엣가시처럼 귀찮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언론과 함께 '제 4의 기관'이라 불리는 시민단체들은 개인이 자신의 의사를 사회에 반영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완고한 자치단체들도 더 이상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서초구는 최근 한 시민단체의 거듭된 지적을 받고 공식사과와 함께 해명서를 공개하는 등의 법석을 떨었다. 공무원친절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한국청년연합(KYC)은 서초구가 목요강좌에 공무원들을 동원하느라 행정공백을 빚고 있다고 지적하고 두 번씩 구청을 찾아야 하는 민원인들에게 적절한 손해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청년연합은 서울시내 25개 구청을 대상으로 서비스 만족도와 주민 편의, 사회복지정책 등을 평가한다고 밝혀 자치단체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전대협과 한총련 출신의 운동가들로 구성된 한국청년연합은 이념논쟁과 체제의 변혁에 주력하던 과격한 투쟁방식을 지양하고 생활운동과 의식문화운동에 매진하기로 방침을 선회했다. 이득형 팀장은 "지방자치에의 참여는 시민운동의 새로운 양상"이라고 지적하고 "지역으로 돌아가 시장이 될 수 있는 젊은 운동가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청년연합 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단체들이 속속 지역으로 돌아오고 있다. 열린사회 시민연합 산하에는 서울시내 각 지역별로 10여개의 지역운동 단체들이 구성돼 있으며 이외에도 시민센터나 시민회 등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는 1백20여개에 이른다.
활동분야도 더욱 전문화, 다양화하는 추세다. 참여연대는 서울시장의 판공비 내역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참여연대는 추후 헌법소원까지 제기할 계획이며 행정기관을 상대로 지속적인 정보공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편 송파구의회는 강동송파시민단체협의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해외연수를 취소했고 관련 예산을 삭감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1백40개 시민단체에 보조금을 지급, 공동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으며 의제 21이나 실업극복 국민운동 등을 통해 많은 시민단체들이 자치단체의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선진 각국에서 지방자치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까지는 시민단체들의 활약이 컷다. 간접민주주의하에서 시민의 정치 참여는 그만큼 시민단체의 활동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전문성을 갖춘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폭넓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이정환 기자




서울 NGO ② - 예결산 감시
"의회도 믿을 수 없다"
우리의 혈세 우리가 지킨다

'분노하라(Be Angry)'.
미국의 '예산 낭비를 감시하기 위한 시민모임(Citizens Against Government Waste, CAGW)'의 표어다. CAGW는 "혈세를 낭비하는 행정부와 의회에 대해 납세자들이 '분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노가 있어야 낭비를 없애기 위한 싸움을 시작할 수 있고 그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CAGW는 연간 4천9백억달러(한화 5백88조원)를 절감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예산감시 시민행동'은 매년 30조원의 혈세가 근거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연간 3백조원에 달하는 공공부문 지출예산의 대략 10% 가량이 낭비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국정감사에서 모 국회의원은 정부의 혈세 누수가 6조8천억원이라고 비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예산 낭비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민선단체장 출범 이후 예산의 무분별한 남용이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일부 자치구를 중심으로 인기 위주의 재정운영이나 행정영역의 방만한 확장 등이 계속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나 정확한 실태파악조차도 안되는 상황이다. 의회는 집행부의 하수인격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다분히 형식적인 예결산 심의과정도 무용하기는 마찬가지다. 집행부가 제출한 원안이 만장일치로 처리되는 것이 대부분인 것이다.
'예산감시 시민행동'의 오관영 국장은 "이제는 시민들이 직접 실질적인 예산통제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국장은 "예산감시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의미있고 유효한 운동"이라고 강조한다. 의회가 전문성 결여를 빌미로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예산감시에 반드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예산통제는 시민개인보다는 조직화된 시민단체에 의할 때 더욱 효과적이다. 시민단체는 단체간의 연대와 대표성의 확보를 통해 연구, 정보수집 및 분석, 로비, 캠페인, 소송제기 등의 적극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지난 24일 열렸던 '자치서울 열린포럼' 3차 총회에서는 시민단체의 '예결산감시운동' 활성화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참석한 명지전문대 박옥순 교수는 지방자치 실시 이후 "지방재정운영의 자율성은 대폭 강화되었으나 공공성, 효율성, 투명성, 책임성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회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때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결집된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교수에 따르면 지난 94년에 비해 행사성 예산은 1백41% 증가했으며 공연축제행사가 1백99%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특정의 수혜적·선심성 예산이 1백72%, 기금의 설치가 2백74%, 상용인부의 증원이 1백2억원 가량 증가했다. 경제적 타당성이나 우선순위에 입각한 투자사업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직의 경쟁요소 부족과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시스템이 미비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문제는 이렇듯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예산의 운용이 의회에서까지 묵인돼 왔다는 점이다.
시민단체들은 더 이상 반대를 위한 반대에 머물지 않는다. 시민에 의한 예산통제는 ▲ 예산과정의 참여 ▲ 예산정보의 공개요구 ▲ 예산낭비의 감시 및 시정요구 ▲ 국회 및 지방의회의 예산심의기능의 감시 ▲ 예산회계 및 조세제도의 개혁요구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은평시민회의 최성호 간사는 "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시민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들의 주권찾기가 자리잡을 때 지방자치는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서울의 지역 NGO들을 중심으로 예산감시운동의 조직화가 시작되고 있다. 독선적인 자치단체들에게는 분명 위협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정환 기자




서울 NGO ③ - 반부패운동
"부정부패 우리가 바로잡는다"
시민없는 시민운동 극복하고 전국 규모 반부패네트워크 구축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지난해 발표한 국가별 부패지표(The Corruption Perception Index)에서 한국은 전체 85개국 중 43위를 차지했다. 비슷한 경제수준의 아시아 국가들 중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이 각각 7위와 16위를 차지한 것과 비교된다.
최근의 씨랜드 수련원 화재뿐만 아니라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등대형참사의 배경에서 우리는 사회곳곳에 만연한 뇌물수수와 정경유착, 특혜 등 각종 부정부패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반부패국민연대' 산하의 한 지역조직은 지난 6월 부정부패신고를 접수하는 전화를 개설한 바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첫달에는 10여건의 고발이 접수됐으나 다음 달에는 2건, 8월에는 아예 한 건의 접수도 받지 못했다.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사람도 거의 없어 지역조직 또한 심각한 의욕상실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규모의 고립분산적 반부패운동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소규모의 반부패운동은 또한 언론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특정한 부패연루사건이 발생하거나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때만 산발적인 대중선동 운동으로 전개돼 왔던 것이다. 일부 엘리트와 전문가 위주로 추진돼 왔던 선진적 사회개혁운동이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비판속에 대표성을 확립하지 못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거성 민주개혁국민연합 위원장은 "먼저 각 지역과 부문을 포함한 단체와 개인이 총 망라되는 전국규모의 반부패네트워크의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지역단위에서 접수한 특정 영역의 사안들을 관련 전문 단체와 지역조직의 상호연대를 통해 보다 실효성있는 운동역량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발족한 반부패국민연대는 부패추방을 위한 대규모 네트워크의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반부패국민연대는 '민주개혁국민연합', '열린사회시민연합'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등 27개 시민단체들의 연대조직으로 반부패운동을 일상적이고 예방적인 국민운동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위원장은 이날 발제연설에서 "대규모 반부패 네트워크의 형성과 아울러 국민참여에 따른 반부패 전선의 형성은 그 자체로 참여하고 있는 단체나 개인들에게 부패척결의 자신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이에 상응해 부패에 연루된 세력에게도 사회적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부패국민연대는 정기적으로 부패인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광역별, 기관별, 기업별 청렴(부패)지수를 공개할 계획이다. 또한 인구 10만명당 1명정도를 국민감사단(ombudsperson)으로 위촉, 지역별 부패감시활동에 나서는 한편 국민신문고 제도를 활성화해 시민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열린사회시민연합의 박홍순 실장은 "역사상 어떤 법률이나 제도도 저절로 부정부패가 사라지게 만든 적은 없다"고 지적한다. 법률과 제도의 구조적인 개혁과 아울러 의식개혁을 포함한 시민의 참여적인 반부패실천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박실장은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잠재적인 사회적 압력과 치러야할 대가가 더 크다는 인식의 사회적 공유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반부패국민연대의 야심찬 실험의 성패는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열린 참여에 달려있는 것이다.
(반부패국민연대 : 02-766-6840)
이정환 기자




서울 NGO ④ - 정보공개청구운동
"숨겨야 할 이유가 없다"
정보공개청구, "참여민주주의의 시작"

넉살 좋기로 유명한 김충환 강동구청장의 최근 발언(본지 292호 8면)은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사회단체들이 툭하면 판공비를 공개하라고 난리입니다. 그런데요, 뭐 공개할 게 있어야지요. 마음대로 쓸 수 있는게 고작 월 1백만원 뿐이예요. 이것으로 누구 코에 바릅니까. 정말 판공비 좀 팍팍 지원해 줬으면 좋겠어요."
강동송파시민단체협의회의 김문수 차장은 이와 관련, "시민들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밀실행정의 구태를 벗지못한 김충환 구청장의 후안무치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협의회는 지난 3월과 5월, 두차례에 걸쳐 구청장의 판공비 내역의 공개를 요구했으나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거절당한 바 있다. 김문수 차장은 "판공비가 정당한 목적으로 적절히 사용됐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고 "그동안 떳떳하지 못한 청탁이나 선심성 접대에 시민들의 혈세가 무분별하게 남용되어왔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지 추산에 따르면 서울시 자치구 구청장의 업무추진비는 연간 4억여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270호> 결국 구청장의 의지가 따르지 않는한 시민들은 불투명한 자치단체의 행정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박사학위 논문을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는 제임스 쇼프(James Schopf)는 국회비리조사특위의 '부실기업조사 관련자료'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기업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외국인이라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미국의 경우는 60년대에 이미 정보자유법을 제정하고 문서보관소를 통해 모든 종류의 행정자료를 완전히 공개하고 있다. 쇼프는 "한국이 정치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보의 공개를 통한 투명한 행정의 확립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흔히 '정보공개법'이라 불리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행정부, 청와대, 국회, 교육청 등을 대상으로 각종 정보의 공개를 요구해왔으며 근거없는 거부결정에 대해 행정소송과 행정심판 등으로 강력하게 맞서왔다. 정보공개사업단의 하승수 변호사는 "정보공개청구는 관료기구에 독점된 정보의 재분배 수단이자 폐쇄된 행정에 맞서는 시민운동의 강력한 무기"라고 설명한다.
정보공개를 둘러싸고 현재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자치단체들이 행정소송에 휘말려 있다. 현행 정보공개법은 '공공의 안전과 이익', '상당한 이유', '현저한 지장'과 같은 불확정한 개념으로 비공개대상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장의 판공비내역이나 내부 감사자료 등을 '사생활침해' 등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처럼 모호한 법규정 때문이다. 일부에서 '정보비공개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참여연대의 임미옥 간사는 "밀실행정에 찌든 관료기구가 일시에 구태를 벗고 정보공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결국 이들을 개혁할 수 있는 것은 시민에 의한 정보공개청구 뿐"이라고 주장한다.
지방자치의 성장은 무엇보다도 시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큰 길가의 보도블럭 교체 예산이나 시의회 의원의 출석현황, 자치단체의 소송사례, 구청장의 판공비내역 등의 공개요구는 시민들의 '권리 찾기'인 셈이다. 정보공개청구는 예산감시운동이나 의정모니터링과 함께 참여자치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이정환 기자




서울 NGO ⑤ - 사회조사운동
"지역을 알아야 변혁을 이룰 수 있다"

범세계적인 탈이데올로기의 경향은 사회운동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90년대 접어들면서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빈민운동 등의 기층민중운동은 대중의 지지기반을 잃고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상황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리고 문제의식은 여전히 엄존하고 있지만, 바야흐로 시대는 눈부시게 변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타성에 젖어 지난 날의 이념을 추억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정체성 확립에 실패한 조직은 점차 와해되었고 운동가들 또한 방향성을 상실하고 표류했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절박한 고민과 함께 많은 사회단체들이 지역사회로 회귀했다.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뼈아픈 자성 끝에 '지역사회(민중)'를 새롭게 재발견했던 것이다.
'구로시민센터'는 방향설정을 위한 첫 번째 사업으로 구로지역주민들에 대한 '사회조사사업'을 실시했다. 구로시민센터의 김치관 실장은 "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사라진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우리가 부딪혀야 할 현실이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발견'은 새로운 체험이었다. 한때 광장과 노동현장에서 '적'들과 맞섰던 운동가들이 직접 설문지를 들고 주민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운동가들은 이웃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꿈꾸는지,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를 직접 몸으로 체득했다. 탁상공론에서 타자화(他者化)됐던 민중은 비로소 하나의 실체로 다가올 수 있었다. 그리고 방향의 전환은 필수였다.
'더 나은 내일을 여는' 구로시민센터가 꿈꾸는 것은 이제 '체제의 급격한 변혁'이 아니다. 이들이 꿈꾸는 '더 나은 내일'은 주체적인 참여를 통한 지역공동체의 회복에서부터 시작해 대안 이데올로기의 모색과 '아래로부터의 변혁'으로 이어질 것이다.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의 신동우 실장은 "'시민없는 시민운동'은 더 이상 대표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고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운동노선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조사기관인 'HS 리서치센터'의 우수명 국장은 "지역사회가 갖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한 광범위한 자료의 축적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체계화한 지표의 수립은 조직화과정의 효과성을 측정하고 단기적, 중장기적 전략 전술을 수립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우 국장은 강조한다. 체계화된 지표는 또한 변화의 예측과 대안 모색의 유용한 도구로 사용될 것이다. 지표에는 ▲ 시민들의 특성, ▲ 사회의 문제와 현안, 그리고 그에 대한 관심도, ▲ 시민들의 욕구와 참여의 정도를 포함되어야 한다.
사회조사는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소요하는 사업이다. 또한 조사지표와 조사과정이 체계적이지 못하다면 커다란 오류를 초래할 위험도 있다. 우선은 지역주민들과 실무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지역사회 연구모임'이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연구모임은 체계적으로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지역사회활동에 광범위한 정보와 실효성 있는 대안들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 다양한 주체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보장돼야 함은 물론이다. 지역사회기관과의 발전적인 연계와 전문가 집단의 포섭도 병행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정환 기자




서울 NGO ⑥ - 행정개혁운동
"행정개혁 시민의 힘으로"
문제제기 활성화 통한 제도개선 모색

지난 1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던 행정개혁시민연합(이하 행개련) 주최의 정책토론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국정감사제도 개혁의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치러진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국회의 고유권한'이라고만 여겨져 왔던 국정감사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시민의 참여에 대한 다각적인 방안들이 모색됐다.
발제자로 나선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는 "그동안 국정감사의 성격규정에 대한 이론화 작업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정책감사'가 도외시되고 오히려 관행적 양식으로 정착하고 있는 '합법성감사' 및 '성과감사' 쪽에 큰 비중이 두어졌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현실은 금년도 국정감사과정에서도 본질적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행개련과 참여연대, 경실련 등 40개 시민단체들은 지난 8일, '국정감사모니터시민연대'를 발족하고 14개 상임위별로 모니터단을 구성, 공식활동에 들어갔다. 국회 일부에서는 "월권행위", "대표성 없는 시민단체들의 정치세력화" 등의 비난이 제기됐으나 '시민에 의한 행정통제', '시민의 국정 참여'라는 측면에서 분명 '주목할 만한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오늘날 시민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두 가지 과제는 '시민의 참여'와 '운동의 실효성'이다. 타성에 젖어 과시적인 이벤트에 치중하고 언론의 향방을 좇기에 급급했던 시민운동이 그만큼 시민의 대표성 확립에 실패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행정자치위원회 모니터단의 김문희 간사는 오히려 '시민단체의 정치세력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공염불에만 그쳤던 다분히 이상적이기만 했던 구호의 남발은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행개련의 신대균 사무총장에 따르면 '행정개혁운동'은 3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일상생활에서의 행정개혁에 대한 제안을 추진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행정전체에 대한 개혁 요구를 제기함으로써 행정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가시화시켜 행정개혁을 촉구하는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둘째, 합리적 행정에 대한 기대를 활성화시켜 공무원을 포함한 사회전체에 대해 합리적 행정에 대한 기대를 형성한다. 셋째, 시민이 실제적인 행정개혁의 주체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행정개혁운동'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것이 지난 94년의 인삼전매제도폐지다. 홍삼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품 개발과 저가의 공급을 통해 소비량 확대를 이루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정부가 전매제도를 가지고 제품개발에는 무관심하면서 홍삼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매겨 오히려 소비를 제약하고 있었다. 국제적으로도 저가의 외국 인삼에 밀려 국제경쟁력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민간의 제품개발까지도 금지되는 실정이었다. 인삼전매제도는 '행정쇄신위원회' 와 찬반공개토론을 거쳐 결국 폐지되기에 이른다. 피해 당사자였던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제도개선을 주도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과거 '행정쇄신위원회'에는 수만 건의 국민제안이 접수됐으나 실제 수용된 것은 수천 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제기만 있을 뿐 자료가 빈약하고 대안이 부재한 경우가 많았으며 무엇보다도 적절한 대안모색의 과정이 전무했던 것이다. 공무원들의 무성의와 정부의 무사안일주의 관행도 큰 탓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경실련의 김영재 간사는 "누구나 쉽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정보와 권한에 대한 접근이 보다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참여를 제고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개혁운동은 '행정소비자운동'에 다름아니다. 시민들은 행정행위에 대해서는 문제를 체감했지만 정작 정부의 조직과 운영에 대해서는 무관심했으며 적절한 대안모색에도 실패했다. 결국 부실행정과 행정과실의 책임은 고스란이 소비자들의 몫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행정의 민주화가 결여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 우리는 익히 보아왔다. 행정개혁운동은 적극적 권리찾기의 한 과정일 뿐만 아니라 사회변화와 제도개선의 첫 걸음인셈이다. 이 과정에 시민들의 능동적인 참여와 조직적인 네트워크가 필수적임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이정환 기자




서울 NGO ⑦ - 의정감시운동
시민의 힘 무시하지 마라
의정감시, 참여민주주의의 시작

'열린사회 북부시민회'가 의정감시운동을 시작한 것은 지방자치가 막 태동하던 지난 91년의 일이다. 지방자치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시민단체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타성에 젖어 있던 시민운동에도 새로운 방향의 전환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지방자치학교도 개설했고 속기록을 분석하고 '방청신문'을 발간하는 등 꽤나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북부시민회의 의정감시운동은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하게 된다. 북부시민회의 박효선 사무국장은 "우리가 왜 이 운동에 뛰어들었는지, 무엇에 중심을 두고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목적의식이 서 있지 않았다"고 말한다. 참여하는데 의의를 두었을뿐 아무런 성과도 실효성도 얻지 못했던 것이다.
뼈아픈 자성 끝에 지역운동에 대한 다양한 대안들이 모색되고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결국 심화된 개인주의와 이기적인 무임승차 경향을 넘어서는 길은 '공동체의 회복'에서 비롯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향은  지역사회에의 '참여'였다. 박효선 사무국장은 "'시민없는 시민운동'은 더 이상 대표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고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운동노선이 수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노선'이 다시 '지방자치활동'이었다. 활동을 중단한지 3년만에 북부시민회는 그렇게 의회로 돌아왔다.
박효선 국장의 말을 빌어 의회감시운동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자.
"의회감시는 지역사회의 구성원(공무원과 지방의원과 시민) 모두에게 지방자치에 대한 교육과 훈련의 과정이 된다. 방청을 하는 시민에게는 지역사회와 지방자치에 대한 이해와 참여를 높여주고 의원들과 공무원들에게도 긴장과 성실성을 재고하게 한다. 시민이 듣고 있기 때문에 말 한 마디와 자세까지도 신경을 쓰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훈련이다."
질 높은 지적과 대안 모색도 필수적이지만 보다 많은 시민들이 의회감시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은 '강동송파시민단체협의회'의 경우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8월, 협의회가 관내 구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한다고 발표했을 때 의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렸다. 다만 '시민의 참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일부에 그쳤고 대다수 의원들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표성 없는 시민단체가 시민에 의해 선출된 지방의원들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가"하는 문제제기였다. 평가방법의 정확성이나 전문성, 공정성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협의회는 의회방청 없이 속기록을 토대로 각 상임위원회 위원들의 발언 회수, 발언유형 등을 평가, 순위를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발언 회수가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지, 점수와 순위로 매겨진 지방의원에 대한 평가가 과연 정당한 것이었는지, 협의회가 시민의 대표성을 확립하고 있는지에 대해 논의와 반성이 있었다.
대의민주주의는 권력의 절차적인 '위임'일뿐 양도나 포기일 수 없다. 시민의 능동적인 참여에 바탕하지 않을 때 대의민주주의는 허울일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는 시민과 지방자치를 잇는 매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성과 대표성에 대한 오랜 논의는 그 과정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최근 열렸던 '열린서울자치포럼' 4차 총회에서 서울시 의회의 김은경의원은 "언론의 지방자치에 대한 이해부족과 그로 인한 시민들의 지방자치에 대한 오해, 무관심을 바로잡고 참여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방자치시대의 시민단체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환 기자




서울 NGO ⑧ - '99 민간단체 평가
시민단체 보조금, '기준이 없다'
사업계획서만으로 원칙없이 150억 지출 추미애의원 125개 시민단체 평가

국감모니터시민연대의 국정감사평가와 관련해 "월권행위", "대표성 없는 시민단체들의 정치세력화" 등의 거센 비난과 반발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1백25개 시민단체를 평가하고 순위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8일, 추미애의원과 박상규의원은 1백25개 민간단체들의 평가결과를 발표하고 행정자치부의 민간단체 지원사업의 선정기준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의원은 행자부가 구체적인 현황파악 없이 보조금을 산정, 사업계획서만으로 원칙없이 예산을 지원해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회원도 없이 상근자 1인으로 구성된 유령 시민단체들에까지 지원금이 지급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행자부는 1백40개 단체들로부터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아 정책사업 1백20건, 자유공모사업 20건 등 1백23개단체, 1백40건의 사업에 75억원을 지원했는데 지방비를 합산하면 올해 민간단체에 지급된 예산은 총 1백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의원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현행의 지원금산정기준이 전면 재검토돼야 하며 사업계획 뿐만 아니라 단체현황과 활동상황 등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추의원은 지난 9월부터 민간단체의 평가작업을 진행해 왔으나 최근 국감모니터를 둘러싼 잡음과 민간단체의 활동위축을 우려해 발표를 연기했다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발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평가결과 민간단체 활동성적 1위는 전국 회원 5만8천명의 '환경운동연합'이 차지했으며 2위는 '한국YMCA전국연맹'이, 3위는 '한국보이스카웃연맹'이 각각 차지했다. 여성단체나 장애인단체들이 비교적 높은 점수를 차지, 상위권에 랭킹됐으며 전문단체들의 경우는 저변확대에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평가는 회원수와 재정자립도, 사업실적 등을 기본 배점으로 하고 상근자수와 상시활동 캠페인 등을 가산점수로 부과됐다. 행자부에 보조금 지급신청을 하지 않은 참여연대 등은 제외됐으며 산하 각 센터별로 사업을 신청한 경실련 등은 각각 개별단체로 평가됐다.
오늘날 시민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두 가지 과제는 '시민의 참여'와 '운동의 실효성'이다. 타성에 젖어 과시적인 이벤트에 치중하고 언론의 향방을 좇기에 급급했던 시민운동이 그만큼 시민의 대표성 확립에는 실패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시민단체들의 모니터링이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이들의 지나치게 언론을 의식한 행보, 정치세력화를 염두에 둔 호들갑스런 세력과시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 일방적인 기준에 의한 Best, Worst의 산정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왔던 의원들에게 불쾌했음은 물론이다.
국회의원이 평가한 시민단체의 순위는 그런 면에서도 아이러니칼하다. 수치로 평가된 순위의 나열도 그렇고 시민단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맹목적인 관대함의 발견도 새롭다.
시민단체의 제도적 지원이 단순한 '배려'의 차원에서 그쳐왔다는 발견은 타성에 젖은 시민운동에 커다란 반성을 안겨준다. 시민단체의 활성화는 분명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의 성숙과 맞물리는 과제다. 장기적인 전망의 모색이나 육성 방안과 함께 시민단체들의 자구적인 노력이 필수적임은 물론이다.
이정환 기자




서울 NGO ⑨ - 정부보조금
재정 열악, 보조금 의존 심각
자립기반확충과 전문활동가 육성 시급

바야흐로 NGO의 시대가 열렸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재계, 언론계까지도 시민단체들의 눈치를 보고 그 동향을 좇기에 부산하다. 신출내기 간사까지도 매스컴과 인터뷰를 하고 재벌분쇄와 의식개혁을 이야기한다. 국회와 국정감사장은 물론이고 서슬퍼런 국가정보원에서까지 시민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다분히 허장성세에 불과하다.
지난달 열렸던 서울 NGO 세계대회 85개국 1천1백15개 단체에서 7천6백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5차례의 전체회의와 1백80여개의 분과별 워크샵이 개최됐고 대회 마지막날인 15일에는 '서울선언'이 채택,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화려한 구호와 열띤 토론의 와중에서 한국의 NGO들은 소외돼 있었다. 우스꽝스런 유니폼을 입고 도열해 팜플릿을 나누어 주거나 시선을 끌기위한 이벤트에 치중했을뿐 영어로 진행되는 세계 NGO의 대전에 이들의 설 자리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이다. 체계적인 이론화를 결여하고 소수의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뿌리 깊은 엘리티즘과 구호만 있고 대안은 없는 '시민없는 시민운동'의 고질적인 한계였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발간한 '민간단체편람'에 따르면 올해 민간단체보조사업으로 선정된 103개 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절반에도 못 미치는 단체가 46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의 단체가 정부보조금이 아니면 실무간사들의 활동비조차도 지급하지 못할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올해 민간단체에 지급된 보조금은 행자부 예산과 지방비를 합산, 총 1백50억원에 이른다.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와 바르게살기중앙협의회, 자유총연맹 등 관변단체에 30억8천만원이 지급된 것을 비롯해 YMCA에 2억1천만원, 경실련에 1억3천만원, 환경운동연합에 1억1천만원 등이 각각 지급됐다. 일부에서 보조금의 편중지원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그에 앞서 보조금 지급의 적정성 문제가 논란이 됐다. '메이저' NGO 중 유일하게 보조금 신청을 거부한 참여연대의 조희연 사무처장은 "시민운동이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게되면 감시와 비판 기능이 굴절되기 마련"이라고 지적하고 "시민사회발전지원법이나 민간운동지원법을 손질해 세제혜택 등의 간접지원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체성 확립도 중요한 과제다. 시민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상당수가 대언론 홍보나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 대안제시 없는 일방적인 문제제기와 체계 없는 정책사업, 무의미한 여론조사와 실효성 없는 전산망 작업 등에 막대한 보조금이 주먹구구식으로 전용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성의 결여도 심각한 실정이다. 대학교수나 변호사 등 '얼굴마담'들이 구색을 맞추고 있을뿐 전문성을 겸비한 실무진은 극히 드문 실정이다. 전문가의 부재는 시민운동의 열악한 재정상황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친절도조사'로 주목을 끌었던 '한국청년연합'의 상근자의 평균 인건비는 월 42만원에 불과하다. 1인당 인건비의 상한을 월 55만원으로 하한은 35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을 가진 30대의 실무간사들은 아무래도 현실적인 생각을 버릴 수 없다.
70만개에 달하는 미국의 민간단체들이 모금과 기부를 통해 한해동안 거두어들이는 운영비는 자그마치 1천억달러(한화 120조원)에 달한다. 기부문화가 발달한 영국의 경우도 자선사업의 규모가 전체 국방비(45조원)에 맞먹을 정도다. 시민사회의 성숙과 광범위한 참여가 민간단체들의 튼튼한 자립기반을 형성하고 있는 외국의 경우와 정부보조를 받아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인건비를 겨우 지불하고 있는 우리의 시민운동은 크게 대조된다.
이정환 기자




서울 NGO ⑩ - 서울 NGO세계대회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21C NGO의 역할, 그 가슴벅찬 전망

NGO의 제전, '99 서울 NGO 세계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개최됐던 이 떠들썩한 행사에는 85개국 1천1백15개 단체에서 7천6백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5차례의 전체회의와 1백80여개의 분과별 워크샵이 개최됐고 대회 마지막날인 15일에는 '서울선언'이 채택, 발표되기도 했다.
공동대회장을 맡았던 밝은사회국제클럽의 조영식 총재는 "과학기술문명의 한계와 정보화시대의 비인간화, 환경과 생태계의 파괴, 패권적 국가주의와 배타적 종족관 등 금세기의 물질문명은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제2의 르네상스 운동(Neo Renaissance)을 통한 인간사회, 복지사회, 지구공동사회의 건설에 NGO의 역할과 사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NGO(비정부기구, Non Governmental Organization)가 독자적인 개념이 아닌, GO(정부기구, Governmental Organization)의 반대개념이라는 인식에 따라 최근에는 PO(민간기구, People's Organization)라는 보다 적극적인 개념이 일반화하고 있다. 반대로 이들은 정부기구를 NPO(Non People's Organization)라고 부른다. NGO는 이제 반권력을 지향하던 '비'정부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PO, CBO(공동체운동, Cummunity Based Organization), CSO(시민사회운동, Civilian Society Organization) 등으로 변모하고 있다.
UN 경제사회이사회 NGO협회의 아파브 마푸즈 회장은 "참여민주주의는 자칫 우중사회(mobocracy)나 여론독재사회(dictatorship)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NGO는 이제 지역협동사회(Regional Cooperation Society)와 지역공동사회(Regional Commoon Society), 지구협동사회(Global Cooperation Society)를 거쳐 지구공동사회(Global Common Society)를 건설하기 위한 공동목표(Common Goal)와 공동규범(Common Norm), 공동과업(Common Task)의 틀을 정립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세기의 전망 - NGO의 시각'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두 번째 전체회의에서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단 스미스 소장은 "행복한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거나 안락하고 질서있는 사회 속에서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어 주면서, 이들의 지나친 사치 때문에 큰 고통에 처한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거나 정치세력화를 통해 오히려 민중 위에 군림해왔던 엘리트 편중의 NGO운동에 대한 반성이었다. 스미스는 "새로운 가치는 보편적 선에 관심을 지닌 창조적 소수뿐만 아니라 민중의 광범위한 참여와 지지에 바탕한 폭넓은 여론수렴과 확대된 담론의 정립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회와 함께 아시아민속예술제와 전통농악공연을 비롯, 화려하고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됐으며 국내외 NGO의 홍보와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마약퇴치운동본부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 혼혈아동을 지원하는 펄벅재단, 월드비전(WorldVision) 의 활동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정작 화려한 구호와 열띤 토론의 와중에서 한국의 NGO들은 소외돼 있었다. 우스꽝스런 유니폼을 입고 도열해 팜플릿을 나누어 주거나 시선을 끌기위한 이벤트에 치중했을뿐 영어로 진행되는 세계 NGO의 대전에 이들의 설 자리는 많지 않았다. 체계적인 이론화를 결여한 내실없는 우리 시민운동의 한계였다. 뿌리깊은 엘리티즘과 '시민없는 시민운동'의 반성은 '서울 NGO'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이번 서울대회의 핵심은 아마도 공동체와 '민중의 힘'의 재발견일 것이다. 그것은 다가오는 새 천년, 민중의 역할에 대한 가슴벅찬 전망으로 이어진다. 서울선언은 우리모두에게 '협력과 집단적 경험, 실현가능한 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 급변하는 시대조류는 바야흐로 NGO와 참여민주주의에도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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