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3/25(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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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에서 주식을 골라라.  

"밥하기 귀찮은데 우리 햇반이나 먹자."

오늘 식사 당번은 콩쥐다. 콩쥐는 슈퍼에서 햇반을 잔뜩 사왔다. 오늘 저녁도 역시 햇반에 3분 카레다. 팥쥐는 그런 콩쥐가 못마땅하지만 그나마 라면으로 대충 떼우자고 하지 않은게 어딘가. 두 사람은 요즘 햇반을 자주 먹는다. 진짜 밥처럼 찰기도 있고 생각보다 맛있다. 무엇보다도 끓는 물에 몇분 넣어두기만 하면 되니까 저녁 준비가 간단해진다. 엎드려서 신문을 보고 있던 팥쥐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는다. 요즘 주식투자를 시작한 팥쥐는 갑자기 햇반을 만드는 CJ의 주가가 궁금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CJ의 주가는 지난해 4월 3만4900원에서 올해 3월 7만700원까지 거의 두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팥쥐는 잘 알지도 모르는 회사의 주식에 수백만원을 쏟아부으면서도 거의 날마다 먹는 햇반과 CJ의 주가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아직 정확히 집계는 안됐지만 2003년 한해 동안 햇반을 포함한 이른바 즉석밥은 1천억원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콩쥐와 팥쥐가 사먹은 지난해 햇반만 해도 벌써 몇만원어치가 된다. 즉석밥 시장은 해마다 40%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신문을 살펴보니 CJ는 지난해 167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2002년 1072억원보다 56.1%나 늘어났다. 창사 이래 최대의 실적이다. 영업이익이 줄어들긴 했지만 매출과 경상이익도 2조4055억원과 2108억원으로 각각 7.9%와 37.9%씩 늘어났다. 햇반 등 가공식품 판매와 핵산 등 바이오 제품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CJ는 최근 올해 매출 목표를 2조6512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 목표를 각각 2421억원과 1762억원으로 잡았다고 발표했다. 각각 지난해보다 10%와 21%, 4%씩 늘려잡은 목표다. CJ는 햇반 등 가공식품 매출이 2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콩쥐와 팥쥐는 이런 숫자는 알지 못했지만 변화의 흐름은 일찌감치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이 밥 대신 햇반으로 저녁끼니를 떼우기 시작하면 햇반 만드는 회사가 돈을 벌거라는건 뻔한 일이다. 그런 회사의 주가가 안오른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닌가.

둘러보면 이런 주식은 CJ뿐만 아니다. '2% 부족할 때'라는 음료수를 만드는 롯데칠성이나 백세주를 만드는 국순당, 자일리톨을 만드는 롯데제과, 라면회사 농심 등등.

동네 구멍가게에만 나가봐도 이런 변화들은 금방 알아볼 수 있다. 경제 전문가나 주식 전문가가 아니라도 충분하다. 멀리 나가지 마라. 구멍가게에 나가보면 돈 되는 주식 정보가 널려있다. 밥 대신 햇반을 먹으면서도, 담배를 끊고 자일리톨을 씹으면서도 왜 햇반이나 자일리톨 만드는 회사의 주가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가. 술집에 가면 어떤 술이 잘 팔리는가 봐라. 알지도 못하는 주식을 남 따라서 살 바에야 저녁마다 마시는 백세주 만드는 회사 주식을 사라. 라면 값이 오른다고 투덜거릴게 아니라 라면 만드는 회사 주식을 사라.

농심은 지난해 3월 6만7천원에서 올해 1월 한때 24만45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1년도 안돼 네배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꼼꼼히 따져본 사람들만 기억하겠지만 농심은 지난해 12월 신라면 가격을 520원에서 550원으로 30원 올렸다. 사발면(600원)과 짜파게티(650원), 큰사발면(800원) 등도 각각 50원씩 올렸다. 농심은 2001년 5월과 2002년 10월에도 8.7%와 8.5%씩 올린 바 있다. 결국 최근 3년 동안 농심의 라면값은 25.78%나 올랐다. 문제는 지난해 12월에 올린 라면값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된다는데 있다. 주가가 꽤나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농심은 매력적인 주식이다.

농심의 지난해 매출액은 2002년 보다 13.6% 늘어난 1조5216억원에 이른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486억원과 101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0.5%와 27%씩 늘어났다. 농심의 주력 제품은 신라면이다. 신라면 가격이 10원 오를 때 농심의 영업이익은 6.7%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원만 올려도 70억원 가까이 이익이 늘어나는 셈이다. 농심은 올해도 매출액과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10.5%와 39.4%씩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데도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세계 2위의 부자 워렌 버핏이 가장 좋아한 주식은 코카콜라와 질레트였다. 그는 평생동안 고집스럽게 10개 정도의 주식만 사고팔았다. 마이크로소프트니 인텔이니 정보기술 주식이 마구 뜰 때도 그는 고집을 지켰다. 한번 좋은 주식을 고르면 오를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무작정 기다렸다. 오를 만큼 오른 뒤에도 더 좋은 다른 주식이 없으면 계속 들고갔다. 그런 고집스러운 투자원칙이 지난 40년 동안 연평균 26.5%의 수익을 그에게 안겨줬다. 1956년의 100달러가 2002년에는 자그마치 350억달러(43조7500억원), 2003년에는 429억달러(51조4800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는 466억달러의 갑부인 빌 게이츠의 뒤를 이어 세계 2위의 부자다.

우리도 이제 불확실한 일주일 앞을 내다보지 말고 확실한 10년 앞을 내다보고 투자해야 한다.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이제 장기투자가 뿌리내릴 만큼 충분히 성숙했다. 잔 파도에 흔들리지 말고 큰 흐름에 올라타는 것, 이 원칙이 성공적인 투자의 기본이다.

주식으로 돈을 벌고 싶으면 결코 대박을 바라지 마라. 여기저기서 쏟아내는 온갖 추천종목에도 관심을기울이지 마라. 핵심은 분명하다. 일주일 뒤나 한달 뒤를 내다볼 수는 없지만 일년 뒤나 3년 뒤는 내다볼 수 있다.

이른바 가치투자의 원칙은 세가지다. 첫째, 저평가된 종목을 사놓고 기다려라. 둘째, 시장이 아닌 회사를 사라. 셋째, 잘 아는 회사를 사라.

우리나라에서는 삼성투자신탁운용 이해균 본부장이 워렌 버핏 같은 가치투자로 성공한 경우다. 2000년과 2001년 정보기술 주식의 폭락으로 전세계 증시가 망가지던 와중에 이 팀장은 꿋꿋이 수익을 내 주목을 받았다.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주가가 빠지면 주식을 허겁지겁 털어내고 채권으로 옮겨타거나 아예 현금을 들고 가는 얄팍한 전략을 쓰는데 이 팀장은 시장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식을 그대로 들고 갔다. 그리고 그 주식들이 수익을 올려줬다. 엄청난 대폭락의 와중에 말이다.

이 본부장이 들고 있던 주식은 앞서 예로 든 구멍가게에서 고른 주식들, 롯데칠성과 태평양, 국순당, 금강고려화학 등이었다. 이 팀장은 이를 테면 삼성전자가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비싸다고 생각되면 사지 않는다. 남들이 모두 삼성전자가 뜬다고 외치면서 난리법석을 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보다 더 싼 주식이 얼마든지 있는데 뭐하러 비싼 삼성전자를 사냐는 이야기다.

그는 아예 시장을 보지 않는다. 주식시장의 유행이나 테마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미국에서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거나 말거나 환율이나 물가가 오르거나 떨어지거나 신문과 방송에서 뭐라고 떠들어 대거나 그의 원칙은 달라지지 않는다. 주식 하나 하나를 깊게 파고들어 싼가 비싼가를 가려낼 뿐이다. "흔히 말하는 가치주니 성장주니 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무의미합니다. 오직 싼 주식과 비싼 주식이 있을 뿐이죠. 우리는 싼 주식을 골라내 비싸다고 느껴질 때까지 그대로 들고가는 전략을 씁니다."

그렇다면 싼 주식은 어떻게 골라낼 수 있을까. 롯데제과가 지난해 자일리톨껌을 얼마나 팔았는가 알고 싶으면 인터넷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http://dart.fss.or.kr 에 들어가서 롯데제과를 두들겨 보자. 품목별 매출액은 물론이고 수량과 영업이익, 원자재 단가 등 모든 정보가 공개돼 있다. 지난해 실적을 살펴볼 수도 있고 올해도 분기마다 따져볼 수 있다. 최근 판매 동향이 궁금하면 뉴스를 검색해보거나 직접 회사에 전화를 걸어 투자자 홍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물어보면 된다. 좋은 회사는 주주들에게 친절할 수밖에 없다. 핵심은 지난해보다 올해, 실적에 비춰 주가가 싼가 비싼가를 판단하라는 이야기다.

자일리톨껌이 지난해보다 올해 더 훨씬 많이 팔리는데 주가는 더 낮다면 롯데제과는 아직도 관심을 가져도 좋다. 새로 나온 델몬트 망고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그 열기가 좀처럼 식을 것 같지 않다면 롯데칠성의 주가는 아직도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다.

잘 아는 주식을 사라. 콩쥐와 팥쥐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는 잘 모르지만 롯데칠성이나 오뚜기나 풀무원은 잘 안다. 조금만 살펴보면 어떤 주식이 뜰 것인가 금방 알아낼 수 있다. 문제는 그 주식이 이미 충분히 올랐는가 아니면 아직도 더 오를 수 있는가를 가려내는데 있다.

결국 주식투자는 타이밍(timing)이 아니라 타임(time)의 예술이다. 사고팔 때를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주식을 골라 오를 때까지 들고가는 뚝심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오르고 있는 주식을 골라서 사는 것은 도박이다. 좋은 주식인데 아직 뜨지 않고 있는 싼 주식을 골라서 오래 들고 가라는 이야기다. 돈을 벌고 싶으면 나무를 가꾸는 심정으로 자손 대대로 물려줄 종목을 골라야 한다. 언젠가는 그 주식이 대박을 터뜨려준다. 좋은 주식, 오를 주식은 한번 사두면 언젠가는 오른다. 그게 남들따라 유행처럼 아무거나 따라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 확신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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