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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737 맥스 운항 중단, 미국의 깊은 고민.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14, 2019

1. 뉴스의 재발견, 오늘은 보잉 737 맥스 8, 논란을 살펴보겠습니다. 밤 사이에 미국도 운행 중단을 선언했네요?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몇 시간 전에 “미국과 모든 사람의 안전은 우리의 가장 큰 관심이다”, 보잉은 훌륭한 회사다, 그들이 빨리 해답을 갖고 오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직 운항 중단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우겼는데 세계적으로 운항 중단이 계속되니까 버티기 어렵겠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중국, 인도네시아, 호주, 싱가포르 등등 모두 운항을 금지시켰죠. 미국 다음으로 캐나다가 이 항공기가 많은 나라인데 캐나다도 영공 통과도 안 된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아예 자국 영공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선언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운항 중단을 선언한 나라만 40개국이 넘었고요. 미국만 외면하고 있었는데 물러선 거죠.

1-1. 한국은 어떤가요?

= 네. 한국에는 2대가 들어와 있는데 어제 이스타항공에서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지난주 3월10일이죠. 에티오피아에서 이 항공기가 추락해서 157명이 모두 사망했습니다. 지난해 4월에도 인도네시아에서 189명이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죠. 이게 보잉에서 밀고 있는 최신 기종입니다. 2017년 7월에 첫 출시됐고요. 한국에는 이스타항공에서 2대를 운용하고 있고 제주항공이 56대, 대한항공이 30대, 이스타항공이 18대 등 2027년까지 114대가 들어올 계획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370대 정도 팔렸고 5000대 가까이 주문이 밀려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항공기 기종이 기피 1순위가 된 거죠.

= CNN 보도를 보면 미국에서도 이 항공기가 갑자기 급강하 하는 경험이 있었다는 조종사들 증언이 두 차례 있었다고 합니다. 만약 사고가 한 번이라도 더 난다면 회사 문을 닫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2. 결함이 있는 비행기라고 밝혀지면 계약을 중단할 수 있나요?

= 당장 올해 안에 14대가 들어올 계획이었는데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보잉은 기기 결함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지난해 라이언에어 사고도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 당장 계약을 취소하기는 어려운 상태고요. 대한항공은 5월에, 티웨이항공은 6월에 인도가 예정돼 있다고 하죠. 이렇게 닥쳐서 취소하려고 하면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합니다. 항공기 구입이 몇 년씩 걸리기 때문에 당장 다른 항공기로 바꿀 수도 없고요. 사업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게 됩니다.

= 이미 이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는 이스타항공도 곤혹스러운 분위기입니다. 승객들 불안감이 크니까 운항을 강행할 수는 없고 그냥 비행기를 세워둬야 하는 상황이죠. 사실상 대부분의 항공기를 풀로 굴리고 있는 상황이라 운창 차질도 불가피한 상황이고요.

= 항공사마다 입장이 다른데 상대적으로 아시아나항공과 진에어 등은 보잉이 아니라 에어버스 비행기를 구입할 계획이라 상대적으로 느긋한 분위기입니다.

2-1. 조종사 실수는 아니라고 하죠?

= 급상승과 급하강을 반복했습니다. 이륙 직후 관제탑에 회항해야겠다고 통신을 했는데 추락했죠. 오토 파일럿 기능이 뭔가 문제가 있어서 비행기를 계속 끌어내렸고 조종사가 이걸 끌어올리려고 했는데 제대로 안 됐던 것 같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각각 2개월 4개월 밖에 안 된 새 비행기였습니다. 엔진이 효율이 뛰어나면서도 크기가 더 큰데요. 그래서 엔진이 장착된 위치가 다르고 무게중심이 달라졌는데 오토 파일럿이 이를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3. 이게 비행기 한 대에 가격이 얼마 정도 되나요?

= 1300억 원 정도 됩니다. 세계적으로 항공기 시장은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가 양분하고 있는데 이번 사고로 보잉의 주가가 9.11 테러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운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니까 다시 주가가 반등했는데요. 자칫하면 신뢰의 위기로 이어지고 이미 계약된 항공기도 팔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3-1. 트럼프가 보잉을 옹호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

= “비행기가 너무 복잡해져 문제를 일으킨다. 나는 아인슈타인을 조종사로 원하지 않는다.” 이런 말을 했는데요. 이 말은 요즘 비행기가 대부분 컴퓨터로 조종되죠. 일부러 추락을 시키려고 해도 안 된다고도 합니다. 그런데도 비슷한 사고가 났다는 것은 하드웨어 결함 보다는 소프트웨어 결함일 가능성이 크죠. 트럼프도 그걸 알고 있다는 이야기죠. 트럼프가 뭔가 해명을 하기 보다는 나도 비행기를 좀 안다는 걸 자랑하려고 한 말 같은데요. 이게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죠. 결국 오토 파일럿이 지금 문제라는 겁니다.

=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보면 지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운영체제 업데이트하는 것처럼 항공기도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는데 지난해 사고 이후 수정 작업이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게 마무리될 때까지, 그리고 마무리된 다음에도 안정성이 확실하게 검증될 때까지 이 비행기를 타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4. 트럼프와 보잉 CEO가 가까운 사이라고 하던데요.

= 네. 트럼프가 보잉 사장인 데니스 뮐렌버그와 통화를 했고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단 사고 원인 조사가 먼저라는 인터뷰를 했습니다.

= 트럼프는 지난달 북미정상회담 때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도 이 문제의 737 비행기를 100대나 베트남에 팔도록 주선하기도 했습니다. 17조원 규모입니다. 베트남 정부도 곤혹스러운 분위기라고 합니다. 이제 와서 항공기를 안 사겠다고 할 수도 없고 미국 정부 눈치도 봐야 하고요.

5. 미국과 중국의 무역 충돌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더라고요.

= 네. 재밌는 양상입니다. 중국이 가장 먼저 운항 중단을 선언했죠. 중국 민항국 관계자가 이런 비행기 못 타겠다는 식으로 기자회견을 했고요. 조종사들이 조종을 거부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고 했는데요. 중국에만 이 비행기가 96대나 있다고 합니다. 중국이 최대 고객인데 중국 입장에서는 왜 이런 비행기를 팔았느냐고 항의할 자격이 있죠.

= 또 하나 흥미로운 포인트는 중국도 이제 항공기를 만들고 있는데 이걸 해외 판매가 잘 안 돼서 불만인 상황이었죠. 코맥이란 회사에서 C919 항공기를 300대를 만들었는데 중국에서만 팔리고 다른 나라에서는 한 대도 안 팔렸습니다. 가격도 싸고 중국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고요. 한국에도 이 비행기를 좀 사라고 은근히 압박을 넣고 있는 상황입니다.

6. 화웨이에 대한 보복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죠.

= 화웨이는 중국의 통신 장비업체인데 여기에 백도어를 설치해서 정보를 빼내가고 있다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값이 싸면서도 품질도 나쁘지 않아 세계 통신 장비 시장을 휩쓸고 있는데 미국 정부가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화웨이를 쓰지 말라고, 화웨이를 쓰면 협력하지 않겠다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요. 멍완저우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체포돼 미국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 그래서 미국이 화웨이를 치니까 중국이 보잉을 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어느 쪽이나 물러설 수 없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이죠.

7. 운항 재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요?

= 보잉은 미국 제조업의 마지막 상징 같은 회사죠. 그런데 에어버스 등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죠. 중국 정부는 그 약점을 공략하고 있고요.

= 문제를 해결했다고 선언하더라도 보잉의 브랜드 가치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삼성전자 스마트폰 폭발 사고를 생각하게 되는데요. 문제 없다고 우기다가 사고가 계속되니까 전량 수거 조치를 했죠.

= 한국은 일단 운항 중단을 했으니 문제는 없겠지만 국내 항공사들 피해가 우려됩니다. 보잉과 화웨이, 그 뒤에 미국과 중국, 힘 있는 두 나라의 무역 전쟁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양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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