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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9 리포트 : 초연결시대, 누가 플랫폼을 지배할 것인가.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17, 2019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1월17일 방송 내용입니다.)

1. 뉴스의 재발견, 오늘은 지난주 다녀오신 CES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볼까요? 뉴스가 굉장히 많이 쏟아져 나오던데요. 기사만 보면 미래가 성큼 다가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던데요. 실제로 가서 보니까 어떻던가요?

=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소비자 가전 박람회라고 하죠. 축구장 30개 넓이의 전시장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통신기술 이벤트입니다. 올해는 18만 명이 몰렸다고 하는데요. COMDEX도 망하고 CEBIT도 망했지만 CES는 해를 거듭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제가 라스베가스에서 전화로 연결했을 때는 혁신은 없었다고 말씀 드렸었죠. 눈에 띄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으며 어떤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하고 있는가, 변화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가슴을 뜨겁게 하는 뭔가가 있는 빅 이벤트인 것 같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을 담당하는 기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한 번쯤 현장에 가보면 좋겠다 싶은 빅 이벤트였습니다.)

2. 가장 인상적이었던 전시를 몇 가지 꼽는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면 연결이었습니다.

= 스마트 변기가 있었는데요. 뚜껑을 열고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는 모든 과정에 손을 댈 필요가 없습니다. 음성으로 명령을 하면 되는 것이죠.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움직임을 감지해서 변기 뚜껑이 열리고 조명이 들어오고 적정 온도를 맞춰줍니다. 음악도 나오고요. “flush”라고 하면 물이 내려갑니다. 뚜껑도 덮어주고요. (물론 디자인도 놀랍습니다. 앉으면 우주까지 날아오를 것 같아서 부담스럽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 단순히 변기가 놀라운 게 아니라 변기에까지 인공지능과 음성인식이 들어간다는 게 첫 번째 포인트고요. 여기에 아마존 알렉사가 인터페이스로 작동한다는 게 두 번째 포인트입니다. 대단한 기술은 아니지만 변기 회사가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죠. 한국에서는 아마존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번 CES에서는 아마존과 구글이 음성인식 시장을 거의 양분하다시피 하는 국면이었습니다. 어디에나 아마존 알렉사 아니면 구글 어시스턴트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집안 전체가 하나의 음성 인식으로 작동돼야 할 텐데 그게 아마존이냐 구글이냐의 경쟁이 되는 것이죠. 안타깝게도 삼성전자 빅스비는 존재감이 매우 미약했습니다.

3. 한국에도 음성인식 스피커가 꽤 있지 않나요?

= SK텔레콤 누구, 카카오 미니, 네이버 클로바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마존과 구글이 어머어마한 비용을 들여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겁니다. 아까 말씀드린 스마트 변기는 사실 변기가 똑똑한 게 아니라 아마존 알렉사에 연결해서 답을 받아오는 것이죠. 그러니까 아마존과 구글은 단순히 스피커를 파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공개해서 모든 기기에 다 들어가게 만드는 겁니다.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모든 스마트폰에 깔리는 걸 생각하면 됩니다.

= 그래서 영어권과 비영어권의 격차가 커질 거라는 겁니다. 아마존이 한국어 서비스를 만들지는 않으니까요. 구글 어시스턴트가 한국어 지원을 시작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음성 인식 시장이 커지는데 영어를 기본으로 커진다는 겁니다.

4-1. 기계와 대화하려면 영어를 잘해야겠군요?

= 저도 집에서 아마존 에코와 애플 홈팟 등을 쓰고 있는데 콩글리시는 잘못 알아듣습니다. 한동안 이런 격차가 더 벌어질 것 같습니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한국 기업들이 아마존과 구글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이건 기술의 문제라기 보다는 데이터의 문제일 텐데요. 아마존과 구글이 수많은 사람들의 음성 명령 데이터를 수집해서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고요. 그래서 ‘아마조나이제이션(Amazonization)’ ‘구글라이제이션(Googlization)’이란 말도 나옵니다. 아마존과 구글이 모든 걸 먹어치우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마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을 한다면 한국 업체들을 인수합병하는 형태로 진출하려고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5. 모든 게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세상으로 간다는 건데요. 여기서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 경쟁이 치열할 것 같습니다.

= 초연결사회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변기 뿐만 아니라 욕조에 물을 틀고 온도를 높이고, 뜨겁다고 하면 찬물을 더 틀어주고, 천정에 조명을 끄거나 켜거나 밝게 하거나 어둡게 하거나, 이런 건 기본이고요. 아침에 출근할 때 미세먼지가 많으니 마스크를 쓰라거나 우산을 챙기라거나 하는 조언을 듣게 될 겁니다. 주방에서는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말할 수 있고요.

= 사실 외국 여행할 때 한국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게 공공장소에서 특히 화장실 같은 곳에서 손을 대지 않도록 많이 바뀌었죠. 출입문을 들어갈 때 밀고 들어가게 만들어놨고(열지 않고 들어갈 수 있도록 굴곡으로 동선을 만든다거나) 손을 갖다 대면 물이 자동으로 나오고 종이 타올도 동작 감지를 해서 한 장씩 나오고요. 그런데 인공지능과 음성인식 시장이 확대되면서 점점 더 손을 대지 않고 작동시킬 수 있는 시대로 가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이 만진 걸 만지지 않게 된다는 거죠. 아예 손을 쓰지 않는 시대로 가는 것 같습니다.

= 얼굴을 인식해서 현관문을 열어주거나 택배 배달원에게 1회용 비밀번호를 제공해 줄 수도 있고요. 자동차 역시 손을 대지 않아도 문이 열리고 음성으로 주행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시대가 되겠죠.

= 저는 또 신기했던 게 냉장고에 맥주가 12병 들어있는데 한 병을 집어들면 그게 자동으로 카운팅이 된다는 겁니다. 맥주병에 따로 무슨 칩이 들어있거나 한 건 아닌데 인공지능이 그게 맥주라는 걸 인식하고 하나가 줄어들었다는 걸 인지한다는 거죠. 그리고 그걸 네트워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6. 5G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이런 말도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 통신 속도가 더 빨라지면 뭐가 달라질까요? 지금도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보는 데는 전혀 느리다는 생각이 안 드는데요.

= 일단 5G가 되면 1초에 20Gbps 속도가 됩니다. LTE보다 20배 이상 빠르고 데이터 지연 시간이 0.001초 이내가 됩니다. 그러니까 사람의 인지 속도보다 더 빠르다는 거죠.

= 네이버가 만든 로봇 팔이 있었는데요. 로봇이 손바닥 위에 막대를 올려놓고 균형을 잡는 테스트를 했는데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게 두뇌가 없는 로봇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두뇌는 따로 서버 컴퓨터에 두고 이 로봇은 신호를 건네고 명령을 받아서 움직이는데 이게 모두 5G로 연결된다는 겁니다. 아직 5G 폰도 안 나왔고. 저도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5G라고 뭐가 다를까 싶었는데요. 이게 유선 보다 더 빠른 무선의 시대가 시작되고 모든 디바이스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면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 액션 캠이라는 게 있죠. 이걸 헬멧에 장착하고 스카이다이빙을 하면서 녹화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라이브로 중계한다면 지금은 화면이 다 깨져서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됩니다. 전송 기술과 속도가 이 정도 데이터를 처리할 수 없는 거죠. 5G가 되면 방송에 그대로 쓸 정도의 영상이 나올 겁니다.

7. TV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 이번 CES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모든 화면에서 스트리밍에 연결할 수 있고 모든 디바이스에서 음성 인식이 가능한 그런 시대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PC나 노트북 전시는 거의 줄어들었고요.)

= TV의 변화는 단순히 화면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단 8K와 4K는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집이 굉장히 넓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디스플레이는 거의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최고 수준에 와 있는 것 같고요. LG전자가 롤러블 TV를 내놨는데, 공간을 다시 규정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TV가 벽이 아니라 집안 한 가운데 올 수도 있고 천정에 거꾸로 달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더 중요한 것은 TV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라질 거라는 겁니다. TV의 운영체제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TV로 무엇을 볼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건데요. 채널을 돌려가면서 뭐가 나오는지 찾는 시대가 아니고, 시간 맞춰 TV 앞에 기다리는 시대도 아니고, 누가 더 편리하게 볼만한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하느냐의 경쟁이 될 거라는 거죠. 그게 KBS나 MBC가 아니라, 넷플릭스가 될 수도 있고 아마존이나 애플이 될 수도 있습니다. TV에서도 검색이 중요하게 될 텐데, 리모컨도 사라질 거고, 무슨 무슨 드라마 틀어줘 하는 시대가 될 거라는 거죠. 채널이 사라지면 방송국 자체도 의미가 없게 되겠죠. 음성 인터페이스가 핵심 키가 될 것이고요.

= 사람들이 TV 앞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건 그게 더 편하기 때문이죠. 이걸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구글 크롬캐스트 같은 건 스마트폰 화면을 TV로 전송하게 만들거나 스마트폰을 리모컨으로 쓰게 만듭니다. TV의 미래는 누가 사용성(usability) 문제를 해결하느냐의 경쟁이 될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8. 자동차 역시 인공지능과 5G로 연결되겠네요.

= 가전제품 전시회인데 한쪽에서는 라스베가스 모터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자동차 전시가 있었는데요. 대부분 자동차들이 핸들이 없었습니다. 앞좌석이 뒤로 돌려져 있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냥 마주 보면서 가라는 거죠. 자동차에서 뉴스도 보고 영화도 보고 자동차 안에서도 디스플레이가 중요한 위치에 배치됩니다. 자동차가 미디어가 되는 거죠.

= 자율주행 자동차 역시 인공지능의 학습 속도에 달린 것 같습니다. 실제로 라스베가스에서는 자율주행 우버 택시가 시험 가동 중이었습니다. 드론 택시도 눈길을 끌었고 증강현실 윈도우도 상용화 단계입니다.

9. 몇 년 뒤를 내다보기 어려운 엄청난 속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말씀만 들어도 정말 흥미로운데요.

= 아마존이 투자했다는 증강현실(AR) 안경도 흥미로웠습니다. North라는 이름의 안경인데 안경을 쓰면 30cm 앞에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와 노티피케이션을 허공에 홀로그램으로 띄워줍니다. 스마트폰 들여다 보는 시간을 줄여준다는 건데요. 함께 제공되는 반지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밖에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을 테스트하는 제품이 많았는데 아직은 뭔가 머리에 뒤집어 쓴다거나 거대한 장비를 셋업해야 한다거나 계속해서 실험하는 단계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 제가 연결이 키워드라고 말씀드렸는데 인공지능이 클라우드로 연결된다는 게 핵심입니다. 알파고 같은 슈퍼 컴퓨터가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냉장고와 변기까지 연결한다는 거죠. 스마트홈의 운영체제를 누가 선점하느냐, 이게 서로 호환이 되지 않을 거라서, (한 컴퓨터 안에 윈도우즈와 맥 OS를 둘 다 설치할 수는 있겠지만 동시에 실행할 수는 없죠.) 누가 지배적인 운영체제를 만드느냐의 경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 결론은 지금까지 성장의 동력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는 것. 새로운 헤게모니가 등장하고 있고 완전히 새로운 게임의 룰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변화에 대한 열망과 함께 위기의식이 감돈 현장이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비교적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플랫폼 기술에는 취약하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글로벌이 하나로 연결되고 강력한 인터페이스가 모든 디바이스를 하나로 묶는 시대. 초국적 ICT 기업의 세계적 지배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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