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초연결사회, 혁신보다는 진화가 화두.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10, 2019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1월10일 방송 내용입니다.)

1. 오늘은 라스베가스에서 전화 연결했습니다. CES에 가계신다고요?

=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의 줄임말인데요. 글로벌 정보기술 트렌드를 조망하고 변화의 방향을 가늠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4500여개 업체, 참관객이 19만명에 이를 거라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MWC와 IFA 등 비슷한 행사가 몇 가지 있긴 한데 연초에 열리는만큼 몇 년 전부터 CES가 판을 휩쓸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 일단 눈여겨 볼 부분은 올해는 눈에 띄는 새로운 키워드가 없다는 겁니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가상현실, 증강현실, 스마트홈 등등 모두 몇 년 전부터 IT 업계의 화두였죠. 화려한 볼거리는 늘어났지만 정말 판을 뒤흔드는 새로운 기술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5G를 이야기하는 기업은 많지만 아직 5G 스마트폰은 나온 게 없습니다.

2. 애플 신제품 발표회 때마다 나오는 “혁신은 없었다”, 이런 느낌인 건가요?

= 한국 언론이 혁신은 없었다, 이렇게 보도하면 애플 마니아들은 언론이 삼성전자 광고 받고 애플을 공격한다, 이렇게 비판하곤 했었죠. 실제로 혁신이 아니라도 스마트폰이 잘 팔렸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올해 1분기 애플 실적이 매우 좋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세계적으로 주식 시장에 충격을 불러왔죠. 애플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스마트폰도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2-1. 요즘 핸드폰을 잘 안 바꾸시죠.

= 네. 2~3년을 써도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데다 외형상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고 매출이 둔화되고 있는 것이죠.

3. 5G 시대가 열릴 거라는 보도도 많이 나오던데요. 속도가 더 빨라지면 뭘 할 수 있는지 감이 잘 안 잡힙니다.

= 네. 지금도 충분히 빠르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죠. 실제로 이번 CES에서도 너도나도 5G 시대를 외치고 있는데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콘텐츠입니다. 이렇게 엄청난 속도로 무엇을 주고 받을 것이냐를 이야기해야 할 때라는 거죠.

3-1. 스마트폰으로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것 보는 건 지금 속도로도 충분하니까요. 화질도 좋고요.

= 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5G 시대가 되면 4K(1920×1080)와 8K를 넘어 16K(15360×8640) 동영상까지 가능하다는 보도자료를 뿌리면서 비슷비슷한 기사가 쏟아졌는데요. 화면 크기가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화면 크기가 같다면 화면 안에 들어가는 화소의 개수가 64배나 더 많아진다는 겁니다. 실제로 4K와 8K의 차이를 비교해서 전시해 놓은 곳도 많은데요. 사실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굳이 이 정도 차이 때문에 TV를 바꿔야할까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사실 모바일 화면에서는 이미 지금도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고 수준의 해상도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에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그래서 다들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는 게 미디어와 게임인데요. 단순히 드라마나 영화 같은 걸 보는 게 아니라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등 지금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주고 받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가 등장하게 될 거라는 겁니다. 최근 방영됐던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나오는 AR(증강현실) 게임이 이런 미래를 그린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단순히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방송 콘텐츠의 문법과 미디어 소비 패턴이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4. 가전 박람회지만 여전히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인가요?

= 네. 한때 스티브 잡스 외계인설이 있었죠. 지구에 없는 것들을 하나씩 꺼내면서 혁신을 주도한다는 우스갯소리였는데요. 이제는 나올만한 기술은 다 나왔다, 이런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실제로 5G가 되면 이러이러한 걸 할 수 있다는 기사가 많은데 사실 대부분 지금도 가능한 것들입니다. LTE에서는 안 되는 게 5G가 되면 갑자기 되게 되는 게 아니고요. 다만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지면서 어느 정도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알파고 같은 슈퍼 컴퓨터를 스마트폰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계산은 중앙 서버에서 하고 사용자 화면에는 결과 값만 넘겨 받으면 되니까요. 중요한 건 5G 속도가 유선보다 더 빨라지게 되면 엄청난 변화가 시작될 거라는 겁니다. 상상으로 가능했던 많은 것들이 실제 현실로 이뤄지는 시간이 좀 더 빨리 다가올 거다,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5. 국내 기업들 소식 중에 흥미로운 것 좀 있을까요?

= 삼성전자의 스마트TV에 애플의 아이튠즈와 에어플레이가 들어간다는 소식이 있었는데요. 이게 업계에서는 꽤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애플TV 등 애플 제품끼리만 서로 호환되도록 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다른 회사들과 손을 잡은 거죠. 애플 역시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는 계단을 올라갈 수 있는 걸어다니는 자동차를 공개했는데요. 재밌다는 정도의 반응이었습니다. 자율주행이 세계적으로 화두인데 한국은 아직 이 분야에서 많이 뒤쳐져 있습니다.

6. 아무래도 한국 언론은 한국 기업들에 좀 우호적인 보도를 내보내는 경향이 있는데요.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한국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 이제 하드웨어 경쟁력은 중국을 따라갈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접는 스마트폰을 만들겠다고 해서 컨셉 샘플을 공개했는데(어두컴컴한 데서 잠깐 보여주고 말았죠.) 그런데 이번에 로욜이라는 중국 업체가 완제품을 공개했습니다. 네이버가 구글 부스 코 앞에 부스를 설치하긴 했는데 네이버만의 독보적인 기술력이라고 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구글 부스에서는 40분 이상 줄을 서야했는데 네이버 부스는 좀 한산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최대 규모 인터넷 사업자지만 외국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죠. 국제 무대 진출을 노리고 만든 자리였겠지만 많이 아쉬웠습니다.

7. 올해 키워드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뭐가 될까요?

= 세계 최대 규모 IT 박람회라 떠들썩하긴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효과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이제는 혁명이나 혁신보다는 진화의 시대로 가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미중 무역 전쟁의 영향으로 중국 기업들 참여가 크게 줄었고 라스베가스 모터쇼라고 할 정도로 자동차 기업들의 전시가 크게 늘어난 것도 포인트입니다.)

= 올해 CES의 핵심 키워드는 연결입니다. 초연결사회라는 말도 많이 하죠. 5G는 속도의 문제라기 보다는 연결하는 방식의 문제입니다. 사실 스마트폰은 컴퓨터와 전화의 연결이었고 자율주행 자동차는 자동차와 머신러닝 서버의 연결입니다. 앞차와 뒷차, 도로 위의 모든 자동차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으면 사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냉장고와 인터넷이 결합하면 달걀이 몇 개 남았는지 회사에서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고요. 인공지능 스피커는 단순히 말을 알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집안의 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하게 됩니다.

= 5G 역시 단순히 속도가 빨라지는 것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무엇을 주고 받을 것인가가 핵심이고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사용자 경험(user experence)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죠. 한국 기업들 더 분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CES를 보면서 한국이 1등 먹는 게 많지 않거나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

www.leejeonghwan.com
leejeonghwan.com audio
Voiced by Amazon Polly

Related Articles

Related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한다는 것.

절벽에서 뛰어내리면서 비행기를 조립한다는 것.

오늘 아침 주주총회를 끝으로 미디어오늘에서 제 역할은 끝났습니다. 오후에는 자유언론실천재단에서 “ChatGPT와 저널리즘의 책임”을 주제로 특강이 있는데 이게 제가 미디어오늘 대표로 나서는 마지막 대외 행사가 되겠네요. 끝나고 선배들 저녁 식사 대접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부터 몇 가지 계획이 있는데요. 1. 4월부터 슬로우뉴스 대표를 맡기로 했습니다. 유한회사 슬로우뉴스를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제가 100%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기자들도 뽑고 콘텐츠도...

라즈베리 파이 오디오 만들기.

라즈베리 파이 오디오 만들기.

시간 날 때마다 만들었던 라즈베리파이 오디오. 드디어 완성. 사실 별 거 없는데 여기저기서 부품 조달하고 거기에 맞춰 도면 만드는 게 힘들었습니다. build log는 영어로. This is my new network audio system. All in one Integrated Amplifier. 1. Raspberry Pi 4B. 2. Hifiberry DAC+DSP. 3. 7 inch touch screen for raspberry pi. 4. Chromecast...

미디어오늘을 떠납니다.

미디어오늘을 떠납니다.

미디어오늘에 경력 기자로 입사해 편집국장으로 3년, 사장으로 6년을 지냈습니다. 다행히 월급날을 한 번도 밀리지 않았고요. 열심히 벌어서 금융 부채를 모두 정리했고 만성적인 자본잠식에서 벗어났습니다. 언론사 경영이라는 게 날마다 전쟁 같았지만 한 번도 원칙과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속가능한 미디어오늘을 위한 성장 엔진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면 지난 15년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디어오늘 지면에 대해서는 자부심과 아쉬움이...

더 나은 세상은 가능하다, 이정환닷컴!

Join

Subscribe For Updates.

이정환닷컴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

www.leejeonghwan.com